
디자인 · 2025-04-09 · 데버 스튜디오 · 2분 분량
명함 리디자인, 브랜드를 담다
작은 종이 한 장이 전하는 디자인 철학
명함은 크기는 작지만 브랜드를 가장 먼저 전하는 매체입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건네는 한 장은 연락처를 넘겨주는 일을 넘어, 우리가 어떤 감각을 가진 브랜드인지 보여주는 계기가 됩니다.
회사의 CI를 새로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도 명함이었습니다. 로고만 바꾸는 대신, 새 CI의 무드와 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기획은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정리된 답은 세 가지였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기존 명함에서 벗어나는 혁신성, 정제된 무드에서 오는 신뢰감. 명함을 연락처 전달 수단이 아니라 작은 브랜딩 오브젝트로 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바꾼 것입니다. 세로 구도는 눈에 띄고 브랜드의 감각을 강조하기에 적합했습니다. 블랙 톤은 유지해 무게감과 일관성을 지켰고, 뒷면에는 기하학 패턴을 넣었습니다. 이 패턴은 배경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시각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명함은 공간이 작아서 정보와 표현 사이의 균형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름과 직책, 연락처는 가독성과 정렬을 기준으로 배치하고 여백과 시선 흐름, 정보 간 간격을 세심하게 조정했습니다. 시안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올렸습니다.
인쇄는 매트한 질감의 토쉐블랙 용지를 골랐습니다. 새 CI의 부드러운 곡선을 촉감으로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별도의 박 가공 없이 블랙 종이에 블랙 잉크로 패턴을 인쇄해, 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좌상단과 우하단에는 귀도리 후가공을 적용해 명함 전체에서 데버의 이니셜 D가 연상되게 했습니다.
명함을 받은 분들에게서 “정돈되어 있다”, “브랜드 무드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브랜드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주기적으로 다시 봅니다. 작은 종이 한 장에 철학과 정체성을 담아내는 과정이야말로 브랜딩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